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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동아일보 사람들- 전영경

Posted by 신이 On 12월 - 27 - 2018

 

 

전영경(全榮慶, 1926~2001)은 함남 북청 출신으로 연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고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195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선사시대>가 당선되었고, 이어 195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정의와 미소> 등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등단한 뒤 1956년부터 수도여자사범대학 국문과 교수로 교단에 섰다가 1962년 동아일보 문화부장으로 언론계에 입문했다. 사사편찬부장, 출판부장, 조사부장을 역임했으며 1967년 퇴사했다. 동아일보 재직 중 평전 <고하 송진우전>을 펴냈다.

 

전영경(全榮慶) (파주, 1926~ ) △ 1962.4 문화부장, 임시사사편찬부장, 출판부장, 조사부장, 1967.2 퇴사.

(역대사원명록, 동아일보사사 3권, 동아일보사, 1985)

 

 

 

시 당선작(詩當選作)

정의(正義)와 미소(微笑)
이영숙(李英淑)

창을 열어라, 그렇다. 창을 열어라, 숙아 창을 열어라
그 곳에 우리들의 하늘이 있고.
自由(자유)가 있고.
祖國(조국)이 있다.
창을 열어라, 그렇다. 창을 열어라 그 곳에 우리들의 三月(삼월)이 있고.
님이 있고.
봉우리, 봉우리 마다 피어 오르는 꽃 봉우리 마다
꽃이 있고.
기우러진 바다 빛 짙은 싱싱한 하늘을 따라 종 소리를 따라
正義(정의)와 微笑(미소)가 있다.
창을 열어라, 그렇다. 창을 열어라,숙아 창을 열어라
그 곳에 파아란 바다를 생각하는 사나이가 있고.
意味(의미)가 있고.
目的(목적)이 있고.
………….
대추 나무와 뽀오얀 집과 敎會堂(교회당)의 둥그런 집웅을 따라
비둘기가 있고.
모두 다 모두가 다아, 멍이든 가슴들 끼리 울린 만세를 따라
멍멍 개가 짖고.
창을 열어라, 그렇다. 창을 열어라
기우러진 바다 빛 짙은 싱싱한 하늘을 따라
구구구 구구구……,비둘기 날르는
그 곳에 우리, 우리들의 八月(팔월)이 있고.
어진 백성이 있고.
正義(정의)와 微笑(미소)가 있다.

 

▲당선 소감(當選所感)

전투준비(戰鬪準備).

세상과 비웃는 이웃과『나』라는 존재(存在)에 반항을 갖일려는『삼십대(三十代)의 반항(反抗)』은 주로 세상과 비웃는 이웃과, 그리고 돈과 시간과 세계와 또 다시 돈과 춥고 배고픔이올시다.

돈 모르고, 시간 모르고, 그렇습니다. 돈 없고 시간 없고 세계마저 없는 것은 도시 하늘이 높으기 때문이올시다. 그러나 세상은 끝나지를 않었습니다. 세상은 이제부터올시다.

시시한 고등학교 훈장이라고 시시하게 보지 마십시요. 나도 영국제 양복에다 나비넥타이를 매고 종로(鍾路) 네거리며, 명동(明洞) 한복판이며, 장충단(奬忠壇)언덕 바지를 활보할 수 있읍니다.

돈도 압니다.

시간도 압니다.

세계도 압니다. 사나이입니다. 길게 잡아서 十年(십년)후에 봅시다.

자신에게 자신이 시금석(試金石)을 다시한번 던졌을 뿐이올시다.

본명(本名) 전영경(全榮慶).
당년(當年) 29세(二十九歲).
배재중학교 졸업(培材中學校卒業).
연희대학교 문과대학 국문학과 졸업(延禧大學校文科大學國語國文學科卒業).
『주막(酒幕)』동인(同人).

(동아일보 1956년 1월 19일 4면)

 

 

본사 신춘현상 당선 시인 소하시단(本社新春懸賞當選詩人銷夏詩壇) ❺

낙화유수
전영경(全榮慶) (1956년 당선)

살다보니 별의별꼴을 다 본다는 어진 친구들끼리
세종로 근처 중국집 워디 니디 이층에서
칠월은 잔인한 계절
인생과 조국이 싫어진 오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이 있다.
지난 해 국토 건설단을 다녀온 병역 기피자 박개단 선생은
문과대학에서
영문학을 담당하던 소장교수
서머세트 모옴의 이마를 닮은 이 친구는
독한 빼주를 기울이면서 도대체 인천 손님을 찾고
아 인생은 노력이면서 옆에 앉아 있는 전직 국문학교수
불정거사 이뻗으리에게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부탁
낙화 낙화도 꽃이라고 우긴다
창밖엔 소낙비가 내린다
한국에서 정신적으로 실업자가 아닌 사람이 어디 있는가
이것은 그것이 아니고 검은 것이 아니고 흰것이다
아즈바이의 나라 아라스카에서 온 김선생은 정치엔 신물이 난다면서 줄곧 정치와 경제를 따지고 지도자가
어떻고 한국이 어떻다는
세종로 근처 중국집 워디 니디 이층에서
이자식은 개새끼
점잖지 못하게 사대주의가 어떻다면서
자의식의 과잉 이런 힘든 말이 있지마는 굳이 심리학의 어려운 어느 한대목을
인용하머 주석을 붙여가면서까지
다사한 인생을 설명하고 싶지 않다는 오늘
우리들은 독한 빼주를 마신다
백과사전에서 본 기억이 있는 후로이드의 사진을 더듬으면서
밤에 취한다
길게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한숨을 쉰다
슬픈 것은 이것뿐이 아니다
된장 고추장 설렁탕을 먹을 때 마늘과 파김치 깍두기를 삼킬 때마다
이 맛만 들이지를 않았던들
열두하늘 건너 미국이나 불란서
빠리 어디쯤에서
너무 담담하다는 그대의 목쉰 이야기를 가슴에 안고
포우나 마리야 로오란상의 애인 아쁘리네르의 봄을 찾아다니면서
손도 차고 마음도 차다는
내 어진 사랑과 함께
지금은 그리운 벗이나 조국을 걱정할것이 아닌가

(동아일보 1963년 8월 13일 5면)

 

 

12月의 노래 ❺

어두운 다릿목에서
전영경(全榮慶)

우리는 이 세상에 왔다 가는 이상 손톱자국이라도 남기고 가야겠다.
친구여 철학이라든가 종교라는 것은 죽음을 생각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친구여
우리의 발끝은 지금 무서운 전쟁과도태가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좁은 언덕길 예순넷의 계단을 딛고 일찌기 경제적으로 부한 아브라함 링컨의 나라 정치적으로 진통을 겪은 선진국에 태어나지 못함을 입이 찢어지도록 소리친다.
묵은 달력을 넘기면서 집을 지닌 사람들은 포로수용소와도 같이 가시철망 속에서 전전긍긍 불안 속에 살아야 하는 나라 집 없는 사람들도 국유지나 시유지 공로 한모퉁이나 철로 연변 무허가 주택에서 전전긍긍 불안속에 살아야하는 나라 이 나라에서
오 자유여 그대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죄악이 범하여졌느냐는 로랑부인의 명언을 외우면서 우리들은 보리밥에 된장을 비벼먹는다.
동회나 싸전 앞을 지날때마다 쌀밥에 고기반찬을 먹여주는 나라
여름에도 김치깍두기를 담가 냉장고에 넣고먹을 수 있는 정부 월급으로 아이씨에이 주택이나 아파트에 살 수 있도록 따스한 선심을 쓰는 정권
막걸리나 약주 화학소주보다도 따끈한 정종 정도는 마실 수 있는 정치와 경제
중앙청이나 국회 앞을 지날때마다 최소한 세금을 낸 만큼 사회보장제도가 되어있는 사회
새나라 자동차나 텔레비나 세탁기 전화가 일반서민의 애용물이 되어주기를 원하던 일천구백육십사년 십이월의 어두운 다릿목에서 술이 깬 아침이면 밥보다는 도마도주스나 딸기주스 그렇지 않으면 꿀이라도 냉수에 타서 먹고 싶다는 친구들끼리
소금을 안주삼아 쇠주를 마신다.
이렇게 치사하게 못살바에는 교도소에 갇혀 있는거나 여기 있는 거나 정신적으로 같은거 아니냐고 목청을 돋우면서
산아제한을 목이 찢어지도록 부르짖으면서 우리들은 돈과 백오십오마일의 전선을 걱정하는 것이다. 【完】

(동아일보 1964년 12월 24일자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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