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동아미디어그룹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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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신문.”


 5월 27일 동아일보 1면 수습기자 채용 사고(社告)를 보니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아주대 외상외과 이국종 교수였다.


이 교수는 ‘동아일보 기자들을 꿈꾸는 사람들’ 앞으로 원고지 10장 분량의 편지를 보내왔고 그중 핵심 내용을 간추려 사고로 실은 것이다. 사고가 나가고 난 뒤 회사 안팎에서 “정말 감동적이었다”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됐다”는 말이 많이 들렸다. 이 교수가 편지를 게재하게 낸 사연을 살짝 공개해볼까 한다.


수습 사고를 준비하던 선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네가 이 교수랑 친하다면서, 수습 채용 사고용 메시지 좀 부탁해봐라”.


5월 20일 금요일 저녁 이 교수 휴대전화 번호를 눌렀다. 넉 달만의 통화였다. 나는 수습기자시절 이 교수가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의 총상을 치료할 때 아주대병원에서 ‘뻗치기’를 했다. 이른바 이 교수의 ‘마크맨’이었던 셈이다.“후배들이 들어오는데, 편지를 좀 써 줄 수 있습니까.” 평소 맺고 끊는 게 분명한 그가퉁명스럽게 되받았다. “어떻게 쓰면 되냐.” 나는 “간단하게 써주시면 된다”고 답변했다.


그 다음날 기자협회 축구대회 우승으로 정신없는 주말을 보냈다. 그런데 5월23일 월요일 새벽 2시에 집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휴대전화가 울렸다. 잠결에 전화를 받았더니 “e메일로 보냈으니까 확인하세요”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이 교수였다. e메일을 열어보고 한번 더 놀랐다. 동아일보에 지원할 수습기자를 위해수술시간 틈틈이 그는 제대로 된 편지 한통을 썼던 것이다.


편지를 읽다가 그가 취재 과정에서 나를 타이르듯 했던 얘기가 하나씩 떠올랐다. “나는 기자들을 굉장히 존경한다. 말 한마디로 사람도 죽일 수 있고, 살릴 수 있는 직업 아니냐. 그래서 기자들은 수도승 같은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몇 십 년째 동아일보를 구독하는데, 특히 동아일보에는 굉장히 훌륭한 기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작은 것에 집착하지 말고, 좀 더 큰 것을 봐야 한다. 본질을 봤으면 좋겠다.”


 



 


두 번의 ‘사고(事故)’ 덕분에 실리게 된 사고


이 교수는 ‘아덴만의 영웅’ 석 선장의 총상을 치료하면서 국민적인 영웅이 됐다. 국내에서 거의 유일한 다발성중증외상 전문의인 이 교수는 올해 1월 오만까지 가서 석 선장의 몸에 박힌 총알 두 발을 뽑아냈다. 그는 석 선장을 에어앰뷸런스에 태우고 아주대병원으로 돌아와 남은 두 발을 마저 뽑아냈다. 석 선장이 의식을 회복하기까지 온 국민의 눈과 귀가 그에게 쏠려 있었다.


이 교수의 마크맨이었던 나는 그에게 누구보다도 더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 했다. 당시 해적 사건의 가장 큰 의문은 총알 1발의 행방. 총알이 결정적인 범행 증거였기 때문이다. 석 선장의 몸에서 제거했다는 4발 중 3발만 해경 측이 수거한 상황에서 의문을 풀 열쇠는 오직 이 교수의 입뿐이었다.


 나는 다발성중증외상환자가 응급실로 실려와 긴급수술을 받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봤고 이 교수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그가 총알 1발을 오만에서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가 오만에서 첫 번째 ‘사고’를 쳤던 것이다. 다음 날 동아일보는 ‘石선장 몸속서 뺀 총알 1개 오만서 잃어버렸다’는 단독 기사를 실었다. 돈독했던 나와 이 교수의 관계는 급랭했다. 기사가 나온 뒤 중환자대기실 앞 그와의 첫 대면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이 교수가 떡 상자를 내던졌고, 소화기가 복도에 내동댕이쳐졌다. 나는 동아일보 기자로서 들을 수 있는 온갖 ‘욕’을 소화하며, 이 교수를 진정시켜야 했다. 중환자대기실 앞에서 이 교수는 두 번째 ‘사고’를 친 것이다.





고운정보다 무서운 미운정


그 소동 이후에도 나는 수술방에서 나오는 이 교수를 기다려야 했고, 또 쫓아다녀야 했다. 그렇게 며칠이 더 흐르자 그는 미안했던지 ‘쿨’하게 사과를 건넸다. 이 교수가 비록 두 번의 ‘사고’를 쳤지만 난 그가 누구보다 순수한 의사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 그는 환자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의사였고 그가 평가한 동아일보처럼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의사’였다.


수습기자와의 인연이 결국엔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로 이어졌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 당시 수습기자가 후배들을 뽑는다며 사고를 부탁하자 수술로 바쁜 와중에도 새벽 2시가 돼서 장문의 편지를 보내줬다. 사고가 나간 뒤 감사의 전화를 걸었다. 돌아온 답변은 간단했다.”아무 것도 아닌 일을 갖고 그러느냐.” 역시 그는 쿨했다.

11 Comments »

  1. 작년11월3일 남편의사고로그를보게되었습니다..지금보다더유명한분이셨어요..
    아무계산없이 사람살리려고미쳐있는의사선생님..그냥열심히환자돌보시던그분이
    사람들입에오르내릴때참힘들겠다는생각을합니다.순수한분맞아요..촌각을다투는일이라늘전쟁터같은 그곳
    중환자실에가보지않고는말하지마세요..

    Comment by 조미선 — 2011/08/26 @ 6:04 오후

  2. 이국종 교수님 참 대단하신 분입니다.차갑지만 따뜻함을 가지신 상황에 따라 완벽한 이중인?이시죠. 2년전 남편의 큰 사고 앞에서 오직 매달릴 곳은 교수님이었는 데 그 분이 살리신거나 마찬가집니다. 환자의 의지까지 살피면서 그 의지에 본인이 더 열심히 하시겠다고 말하시던분. 오로지 환자와 치료에 “미친”분 입니다. 그건 의사로서 오버가 아니라 열정으로 평가해야 할겁니다. 과연 그렇게 미치도록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생각해봅니다. 이국종 교수님 늘 응원합니다.!!

    Comment by 황선미 — 2011/10/15 @ 4:42 오후

  3. 조금 전 이국종교수의 골든타임이라는 다큐프로를 인터넷으로 보았습니다. 너무나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의사들이 돈을 많이 버는 그리고 인기가 많은 분야만을 전공할 때 이렇게 음지에서 환자를 위해 일을 할 수 있다는 의지가 대단합니다. 화이팅!!!

    Comment by 송경태 — 2012/11/21 @ 9:54 오후

  4. 교수님 힘들어도 버티고 버티다보면 할 수 있다는 말씀이 정말 멋있었어요
    버텨야한다고 그게 인생이라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교수님 힘내세요 항상 뒤에서 응원합니다 ㅜㅜ

    Comment by 권정민 — 2014/10/08 @ 11: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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