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대변 東亞 100년, 자랑스런 東友 100인 (동우회보 제80호)
정치가십 집필하며 스타기자 등극
백광하(白光河, 1921∼1986)
백광하는 정계촌평 「단상단하(壇上壇下)」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단상단하’는 한국전쟁으로 부산에서 발행하던 동아일보 1952년 10월 22일 자에 첫선을 보인 정치 가십이다. 백광하는 1면에 매일 실리는 이 가십을 집필하며 스타 기자가 됐고, 동아일보는 큰 인기를 누렸다. 단상단하는 기지와 풍자, 해학에다 한시까지 곁들인 촌철살인의 필치로 국회와 정·관가의 소식을 전하는 짧은 글이었다. 그래서 정계촌평의 효시라는 평가를 받는다.
단상단하에 대해 고재욱 동아일보 주필은 “현하 한국 정치의 정사(正史)인 동시에 야사(野史)요, 축도인 동시에 그 전모라 할 수 있다”고, 이재학 자유당 국회부의장은 “자유당 정권을 무너뜨리는데 3분의 1 이상의 역할은 했다”고 했다. 해공 신익희 선생은 ‘낙양지귀(洛陽紙貴)’라며 찬사를 보냈다. 「단상단하」는 나중에 단행본 10권으로 출간됐다.
백광하는 1921년 평북 정주 근처의 운산(雲山)에서 태어나 영변농업, 평양 대동공전 광산과를 졸업하고 희천(熙川)광산에서 일했다. 그곳에서 독학으로 한학과 화학 등을 배워 조선총독부 검정시험에 합격해 총독부 광무국(鑛務局)에서 일하다 광복을 맞았다.
1947년 조선신문학원(원장 곽복산) 1기생으로 졸업하면서 동아일보 취재부 기자가 됐다. 혼자 배운 한학은 단상단하 집필에 큰 도움을 줬다. 동아일보가 부산에서 서울로 돌아오며 정경부장이 됐고, 편집국 부국장, 논설위원, 심의위원을 거쳐 1962년 퇴직했다. 퇴직 후 자유민주당 대변인으로 잠시 정계에 몸담았다. 말년에는 주역과 우주철학에 심취해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태극기와 그 이론」 「양생론」 「천부경종해(天符經宗解)》」 등의 저서를 남겼다.
– 글 · 심규선 (동우회보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