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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70년 동아일보 기사속 연관어 빅데이터 분석

 

1980년대부터 ‘전자’가 ‘쌀’ 추월… 강남 연관어 ‘제비’→‘아파트’

 

 

 

 

“박대통령은 지난해 한해(旱害)로 인한 절량농가가 없도록 하라고 지시하고 만약에 절량농가가 생길 경우에는 군수를 책임 지워 파면하겠다고 말했다.”(1969년 2월 6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즈음부터 70여 년간 동아일보에 나타난 빅데이터는 대한민국의 급속한 산업화와 이로 인한 사회변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팀이 분석한 1960년대 주요 키워드에는 ‘절량농가(絶糧農家)’도 있다. 양식이 떨어진 농가를 지칭하는 말이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춘궁기를 겪던 우리 사회가 식량생산조차 안정되지 못한 상황임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 ‘쌀’에서 ‘전자’로

 

 농업에서 공업으로 주요 산업이 변화하는 과정도 ‘쌀’ 등의 단어가 기사에 언급된 빈도 추이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광복 이후 1950년대까지 ‘쌀’의 중요성은 단연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쌀’의 빈도는 1970년대 ‘자동차’에 역전당하고, 1980년대에는 ‘전자’도 쌀을 앞선다. 2000년대 이후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조’, ‘배급’, ‘차관’, ‘수출’의 사용 빈도는 우리 경제의 성격 변화를 그대로 드러낸다. 1940년대만 해도 사용 빈도가 원조-배급 순이었고, 수출과 차관은 단어 사용이 미미한 수준. 그러나 수출과 차관이 50년대 들어 배급을 앞서더니, 60년대 이후는 원조도 앞선다. 차관은 60년대, 수출은 70년대 단어 사용 그래프가 정점을 찍는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1950년대 미국의 원조 물자와 미군 용역 등을 통해 투자 여력을 쌓기 시작한 한국 경제가 1950년대 말 원조 삭감 이후 해외 차관으로 필요한 자금을 끌어오고, 정책적으로 1980년대까지 ‘수출이 살길’이라고 강조하며 부족한 국내 저축을 커버하는 모습이 그래프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고 말했다.

 

 

○ 강남, ‘제비’에서 ‘아파트’로

 부동산 뉴스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강남’은 어떨까. 1950년대는 ‘강남’이란 단어의 사용 빈도 자체가 적었다. 그나마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봄’이라는 문장이 많다. 1960년대까지도 ‘제비’나 ‘영등포’가 ‘아파트’나 ‘학원’보다 높은 빈도의 공기어로 등장해 한강 남쪽에 대한 인식이 지금처럼 높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970년경부터 ‘강남’의 사용 빈도는 급격한 증가한다. ‘부동산’, ‘고속버스’, ‘터미널’ 등이 같은 문장에서 함께 많이 사용됐다. 1990년대엔 ‘서초’, ‘송파’ 등 강남 주변 지역의 명칭이 10위 안에 들었고, 특히 2000년대 들어서는 ‘아파트’와 ‘부동산’이 ‘서울’과 ‘지역’을 제외하고 같은 문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로 나타났다.

 

 2010년대 강남과 한 문장에서 많이 등장한 ‘스타일’은 짐작하는 대로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 때문이다. 대중가요의 전 세계적인 유행을 통해서도 ‘강남’이 단순한 지역을 넘어 고유명사화(化)되고 사회·경제 및 차별화된 특정 문화 계층으로 규정됐다는 게 드러난다.

 

 

○ ‘애국’ 청년에서, 청년 실업

  ‘청년’의 초상도 시대에 따라 변화했음이 동아일보 빅데이터 분석에서 드러난다. 청년과 함께 같은 문장에 쓰인 단어로 1950∼70년대에는 ‘애국’ ‘반공’ ‘경찰’ 등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서북청년단’, ‘조선민족청년단’과 같은 경찰을 보조하는 관제적 성격을 띤 단체가 활발히 활동했던 당시 정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1980∼90년대에는 ‘학생’과 ‘대학생’이 함께 많이 등장했다. 집회 시위와 관련된 보도들이 적지 않았다. 즉 학생운동의 주체로서 청년을 지칭하는 양상으로 변모한 것이다. 2000년대 이후에는 한 문장에서 쓰이는 연관어로 ‘일자리’와 ‘실업’ ‘취업’이 폭증해 선두그룹을 차지했다.

 

 주목할 점은 소년, 장년, 노년과 같은 연령을 표현하는 단어들은 청년과 함께 등장한 단어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기훈 연세대 국학연구원 교수(부원장)는 “‘청년’이란 단어가 우리 사회에서 단순한 연령이나 세대를 나타내는 개념이라기보다 정치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집단을 의미했다”며 “2000년대 이후 젊은이들은 ‘비(非)주체화’되고 실업과 연결되는 사회 문제의 대상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1980년대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세대가 지금까지 정치적 역할을 하고 있는 건 과거 한국 사회가 더 젊은 사회였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덧붙였다.
조윤경 yunique@donga.com·조종엽 기자

 

 

 

 

[시대상 드러낸 키워드의 변화…최근 들어 ‘고령화-비정규직’ 등장]

 

 

 광복 이후 시대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디지털인문학센터는 ‘핵심어로 본 시대상의 변화’ 논문에서 1946년부터 2014년까지 동아일보 기사를 10년 단위로 분석했다.

 

 1950년대는 전쟁의 시대였다. 휴전, 포로, 괴뢰, 피란민, 수용소 등이 지면을 장식했다. 6·25전쟁 후 국제사회 원조와 관련된 물자, 국채, 배급 등 키워드도 다수였다. 특이한 점은 ‘공군’이 자주 등장했는데 이는 전쟁 당시 북한, 중공군을 압도했던 연합군 공군의 활약상을 자주 지면에서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1960년대는 혁명, 부정, 부패, 축재자, 폭력배 등 4·19혁명과 관련된 단어가 많았다. 이후 급변했던 정치 상황에 맞게 민의원, 참의원, 개헌 등이 뒤따랐다. 반공의 시대인 만큼 삐라, 빨갱이, 공산당, 공비 등 이념적 대립을 상징하는 단어 사용은 1970년대까지 이어졌다. 1970년대에는 석유, 인플레, 대륙붕 등 이 시기 국제사회를 강타했던 오일 쇼크 관련 단어들이 주목을 받았다.

 

 1980년대 핵심 키워드는 민주화였다. 개헌, 석방, 직선제, 최루탄, 계엄령, 고문치사 등의 단어와 더불어 올림픽도 자주 언급됐다. 1990년대부터는 재벌, 실명제, 수표, 덤핑 등 경제 관련 키워드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정리해고, 경제난 등 외환위기 시절의 어두운 면을 상징하는 단어들도 관찰됐다.

 

 2000년대는 인터넷, 홈페이지, 사이트, 온라인, 동영상 등 정보화와 관련된 키워드가 등장했다. 이전 시기와 다르게 공부, 특목고, 사교육, 체험 등 교육, 문화 관련 단어도 크게 늘었다. 삶의 질이 향상됐지만 고령화, 양극화, 독거노인, 비정규직 등 새로운 사회 문제도 생겨났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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