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타임즈의 기획사진 부문 수상작. 보스톤 마라톤 대회 테러로 두 다리를 잃은 남자의 사진이다.
퓰리처상은 ‘언론계의 아카데미상’이다. 미국의 국내상인데도 국제상만큼 다른 나라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그 분야에서만큼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크고작은 언론상이 있지만 퓰리처상만큼 권위가 있는 상은 없다. 퓰리처상위원회 시그 기슬러 사무국장(컬럼비아대 저널리즘 교수)의 설명과 ‘퓰리처상 시상계획서’ ‘역대 수상작 편람’ 등 관련 자료를 토대로 퓰리처상을 소개한다. (동아일보 지식서비스센터)
●쌍둥이 타워
조셉 퓰리처(Joseph Pulitzer, 1847~1911)는 헝가리 출신으로 일찌감치 신문사업에 투신해 세인트 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를 성공시킨다. 뉴욕에 진출한 뒤 뉴욕월드를 인수해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뉴욕저널과 겨룰 만큼 성장시킴으로써 손꼽히는 신문경영인으로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도 그가 다른 신문경영인보다 빼어난 점은 컬럼비아대 저널리즘스쿨을 위한 기부와 퓰리처상 제정을 꼽을 수 있다. 기슬러 사무국장은 “퓰리처의 의도는 언론인을 전문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소개한다. 구체적으로 기자윤리와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기관과 기자란 직업의 정체성(integrity)을 발전시키기 위한 시상제도가 퓰리처가 의도한 ‘트윈 타워’인 것이다.
●권위
기슬러 사무국장은 퓰리처상의 권위를
△ 최초의 언론상이란 성격
△ 수상자에 대한 영예
△ 운영의 투명성에서 찾는다.
퓰리처는 기자를 전문성이 있는 직업으로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했고 이들을 위한 언론상을 처음으로 제정했다. 수상자는 영역이 확대돼 언론인뿐 아니라 작가 작곡가 역사가 시인에서도 나온다. 이들 분야에서 수상자가 되면 어니스트 헤밍웨이나 윌리엄 포크너와 같은 반열에 오를 만큼 명예가 주어진다. 투명성은 권위의 이유이자 운영의 원칙이다. 무결성은 처녀성과 마찬가지로 한번 훼손되면 복원이 안되기 때문에 퓰리처상의 모든 절차는 조심스럽게 진행된다.
●목표
퓰리처상은 수준 높은 언론을 위한 동기부여가 그 목표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수준 높은 언론에 대한 시상의 효용성은 더욱 커진다.
퓰리처의 유언에 따라 컬럼비아대에 저널리즘스쿨의 설립을 위해 2백만 달러가 기부됐고 이중 4분의 1은 퓰리처상 운영에 쓰도록 됐다. 저널리즘스쿨은 퓰리처 사후 1년만인 1912년 설립됐다. 퓰리처상은 1917년 처음 시행됐다. 1904년 유언에 따르면 퓰리처는 언론 4개 부문과 학술 연극 4개 부문, 교육 부문, 장학금 4개 부문을 수여하도록 명기했다. 그러나 퓰리처는 퓰리처상위원회가 공익과 시대변화를 감안해 이를 조정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았다.
●21개 부문
퓰리처상위원회는 퓰리처의 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퓰리처상 시상계획서를 자주 개정했다. 퓰리처상위원회는 현재 언론분야 14개와 언론 외 분야 7개 등 모두 21개 부문을 시상한다.
언론분야는
공공보도(Public Service),
발생뉴스(Breaking News Reporting),
탐사보도(Investigative Reporting),
분석해설(Explanatory Reporting),
지역보도(Local Reporting),
국내보도(National Reporting),
국제보도(International Reporting),
기획보도(Feature Writing),
논평(Commentary),
비평(Criticism),
사설(Editorial Writing),
시사만화(Editorial Cartooning),
발생사진(Breaking News Photography),
기획사진(Feature Photography)이다.
언론외 분야는 크게 학술, 연극, 음악으로 나뉜다. 구체적으로 픽션, 연극, 역사, 전기, 시, 논픽션, 음악이다.
퓰리처상은 시상을 통해 언론의 역할을 격려하게 된다. 이 때문에 퓰리처상 중 공공보도 부문은 개인이 아니라 언론사에 주어진다. 기슬러 국장은 “공공보도 부문 수상 언론사에는 메달이 주어지는데 이 메달이 유명해져 퓰리처상을 대표하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올해 공공보도 부문상은 영국 가디언과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차지했다. 두 신문은 지난해 6월 전 미국 국가안보국(NSA)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공개한 기밀 문서를 바탕으로 NSA의 무단 이메일 정보 수집과 감청 등에 대한 사실을 보도했다. 이번 수상으로 ‘독자의 알 권리’와 ‘국익(國益)’ 중 무엇이 우선이냐는 논란도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발생뉴스 부문은 지난해 4월 보스턴 마라톤 테러 소식을 심층 보도한 보스턴글로브가,
탐사보도는 광산 노동자의 정부혜택을 조작해 변호사, 의사들이 부당 이득을 취한 사실을 폭로한 워싱턴의 탐사보도전문매체 공공투명성센터(CPI)가,
분석해설은 미국 식료품 복지제도 ‘푸드스탬프’를 분석한 워싱턴포스트가,
지역보도는 도시 노숙자들을 위한 주택들의 열악한 상태를 신랄하게 파헤침으로써 신속한 개혁을 이끌어낸 탐파베이 타임스가 수상했다.
국내보도는 상이용사들이 사소한 범법행위로 육군에서 전역한 뒤 평생에 걸쳐 보훈혜택을 박탈당하는 것을 문제를 다룬 콜로라도주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가제트지가,
국제보도는 미얀마에서 무슬림계 소수민족인 로힝야들이 국경을 넘어 탈출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인신매매조직의 포로가 되어 무자비한 박해를 당하는 것을 보도한 로이터가 상을 탔고,
기획보도는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논평은 고향마을이 직면하고 있는 재정위기에 대해 관련자 모두를 찾아내 비판하는 칼럼을 게재한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의 스티븐 핸더슨(Stephen Henderson)이,
비평은 필라델피아 인콰이에러의 인가 샤프론(Inga Saffron)이,
사설은 포틀랜드의 오레고니안지가 받았다.
시사만화는 샬럿 옵서버(Charlotte Observer)의 카툰에게 수상의 영광이 돌아갔다. 이 카툰은 NSA의 도청을 방관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974년 워터게이트 도청으로 하야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과 다를게 없다고 비꼬았다.
* 시사만화 부문 수상작 샬럿 옵서버의 카툰
발생사진은 케냐의 웨스트게이트 쇼핑몰 테러를 보도한 뉴욕타임즈가,
기획사진 역시 보스톤 마라톤 대회 테러로 두 다리를 잃은 남자 사진을 보도한 뉴욕타임즈가 수상했다.
픽션은 도나 타트(Donna Tartt)의 소설 ‘황금방울새(Goldfish)’,
연극은 애니 베이커(Annie Baker)의 ‘더플릭(The Flick)’
역사는 알랜 타일러(Alan Taylor)의 ‘The Internal Enemy: Slavery and War in Virginia, 1772-1832’,
전기는 메간 마쉘(Megan Marshall)의 ‘A New American Life’,
시는 비야이 세샤드(Vijay Seshad)의 ‘3 Section’,
논픽션은 댄 패긴(Dan Fagin)의 ‘Toms River: A Story of Science and Saluation’,
음악은 존 루더 아담스(John Luther Adams)의 ‘Become Ocean’이 차지했다.
●절차
기슬러 국장은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미국에서 발행되는 신문에서 활동하는 기자는 국적에 관계없이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며 “잡지사와 방송사는 제외되는데 그들만의 상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올해 영국 가디언이 공공보도 부문상을 수상한 것도 해당 보도가 뉴욕 지사를 통해 나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언론 외 분야에서는 역사부문을 제외하면 미국인으로 대상을 제한하고 있다.
매년 언론분야의 응모작은 1,100 건을 헤아린다. 2~3월에 심사가 이뤄지는 컬럼비아대 저널리즘스쿨에 77명의 심사위원이 모인다. 심사위원은 신문사 편집자 발행인 작가 교육자로 구성되며 접수건수에 따라 5~7명씩 14개 부문의 심사위원단이 꾸려진다. 전체 응모작은 2,400건 이상이다.
언론 외 분야에서 저술부문 1,000 건, 음악 150편, 드라마 70편 정도가 접수된다.
언론분야의 심사위원은 무보수지만 언론 외 분야는 1년 내내 응모작에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에 2,000달러(심사위원장은 2,500달러)를 보수로 받는다.
심사과정에서 조작 등의 오점이 제기되면 자세히 검토한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심사위원들은 출신 언론사의 응모작을 심사할 수 없다. 이것은 퓰리처상위원회 위원들도 마찬가지다. 심의나 표결에서 빠져야한다.
각 부문 퓰리처상 선정은 두 단계 절차를 밟게 된다. 심사위원들은 후보(finalist) 3개를 추천이유서와 함께 퓰리처상위원회에 올린다. 점수는 첨부하지 않으며 추천도 알파벳순서에 따른다.
●결정
19명으로 이뤄진 퓰리처상위원회는 4월초 이틀간 저널리즘스쿨에 모여 수상작을 결정한다. 미리 언론분야 후보작 기사들과 언론 외 분야 후보작 15권을 모두 읽고 음악부문 후보작을 들어야한다. 드라마부문 후보작과 관련해서는 희곡을 읽고 공연을 직접 보거나 비디오를 시청해야한다. 퓰리처상위원들의 토론은 진지하게 진행되며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퓰리처상위원회는 원칙적으로 다수결에 따라 수상작을 결정한다. 수상자는 상장과 함께 1만 달러의 상금을 받는다. 응모자들의 로비를 막기 위해 퓰리처상위원과 심사위원의 이름은 발표일까지 공개되지 않는다.
시상식은 5월 말 컬럼비아대에서 열릴 예정이다.
* 발생사진 부문 수상작 뉴욕타임즈의 케냐 웨스트게이트 쇼핑몰 테러 현장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