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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법조 기자들은  ‘장(場) 섰다’는 말을 한다. 조용하던 법조 기자실이 검찰의 대형 수사로 일순간 1면 톱 경쟁에 돌입할 때 벌어지는 용광로 같은 취재열기를 일컫는다.



최근 ‘장이 선’ 계기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후보자 매수 혐의 사건이었다. 이 사건이 물 위로 부상한 것은 8월26일(금) 밤.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다 사퇴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가 후보 사퇴와 관련해 곽 교육감 측에서 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는 내용이 한 방송보도로 알려진 것. 본 게임은 그 때부터였다.



곽 교육감이 추진한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의 결과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시장직을 사퇴한 직후에 터져 나온 수사여서 대형 특종이 계속 나올 수 있는 사건이었다. 최대한 공격적인 취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전면 취재에 돌입했다.



하지만 검찰은 기자들의 접근을 피하면서 입을  굳게  닫았다. 28일(일) 낮에는 곽 교육감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박 교수에게 2억 원을 선의로 줬다”고 시인했다. 검찰 수사의 초점은 ‘대가성’ 여부로 모아졌다. 이날 밤 마감이 임박한 10시경 입안이 바짝 타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보자’는 생각에 모든 정보망을 다시 가동했다. 



그 때 한 취재원에게서 한 마디를 들었다. 


“박명기 교수와 함께 체포된 동생이 석방된 걸 유심히 봐라. 불었다는 얘기가….” 



순간  귀가  번쩍  뜨였지만  거기까지였다. 그 취재원은 말을 얼버무리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머릿속에는  ‘대가성 자백’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게 사실이면 “선의로 줬다”는 곽 교육감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결정적 팩트란 판단이 들었다. 즉시 추가 취재에 나섰고 오후 11시경 검찰 조사를 받은 박 교수 형제가 대가성을 자백했다는 내용을 최종 확인했다.



정신없이 마감을 한 뒤 한숨 돌리던 오후 11시45분경 법조팀 최창봉 기자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2억이 아니라 원래 7억을 주기로 약속했답니다.” 



이를 데스크에 급하게 보고하고 추가 취재에 들어갔다. 자정이 지난 뒤 법조팀 전지성 기자가 박명기 교수의 ‘7억 약속 인정’ 진술을 확인했다. 윤전기를 세우고 새로운 판에 이를 반영했다. 8월29일자 1면 톱 제목은 <박명기 “2억은 후보 사퇴 대가, 당초 7억 받기로 약속했었다”>로 바뀌었다. 



다음날 서초동 검찰 기자실은 본보 특종 기사로 초토화된 듯한 분위기였다. 경쟁지들은 전날 공개된 <곽노현 “박명기에게 선의로 2억 줬다”>를 1면 톱으로 실어 본보의 특종이 더욱 빛났다. 



이 특종은 이 사건의 실체를 단번에 파헤친 의미 있는 특종으로 법조계에서 평가받았다.



이후에도 동아일보 법조팀의 특종이 이어졌다. 8월30일자에는 <“곽노현, 나머지 5억은 연말에  주기로  했다”>는 단독기사를 1면 톱으로 내보냈고,  9월2일자에는 돈 전달에 관여한 강경선  방송통신대  교수가 “2억이 단일화 대가 맞다”고 시인했다는 내용의 단독을 1면 톱으로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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