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복판에 이런 곳이 있었군요.”
“기품 있으면서도 은근한 매력이 동아일보와 닮은 공간이네요.”
5월25일 오후 6시 경 서울 종로구 계동의 어느 한옥집. 본사 김재호 사장과 임채청 미디어전략담당이사, 임규진 미래전략연구소장 등이 국내의 내로라하는 경영 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본사 미래전략연구소가 국내 최초의 경영 전문지인 동아비즈니스리뷰(DBR)의 주요 필진 초청 행사를 진행한 이 곳은 바로 인촌 선생 고택(이하 인촌 고택).
동아일보를 창간한 인촌 김성수 선생이 본격적인 사회활동을 시작하며 서울로 거처를 옮긴 이후에 생활하던 곳이다.
중앙고등학교 바로 아래 위치한 인촌 고택은 집이라는 개인적 공간인 동시에, 한국 근현대사와 동아일보의 주요 장면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역사의 공간이기도 하다.
인촌 고택은 한국의 독립운동과 민주주의 발전의 근원지였다.
최린, 송진우, 현상윤 선생 등이 모여 3·1 운동의 큰 틀을 잡은 역사적인 만남이 있었고 인촌 선생을 비롯한 민족 지사들이 독립운동을 지원하고 민족 교육을 위해 노력했던 장소였다.
1980년 ‘서울의 봄’ 당시에는 일민 김상만 전 회장의 중재로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김종필 전 총리 등 당시 야권을 분점하고 있던 ‘3김’이 인촌 고택에 모여 군사정권 이후 민주화 가능성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날 저녁 6시 반부터 3시간가량 진행된 만찬 행사에는 신동엽 연세대 교수, 최종학 서울대 교수 등 DBR 필진 19명이 초청됐다.
잔잔한 연못 위에 마련된 고택 내 정자에서 환영 칵테일로 시작된 만찬은 초청자였던 신동엽 교수와 박재희 민족문화콘텐츠 연구원장의 미니 강연으로 점차 무르익었다.
박 원장은 정갈한 안채와 담백한 사랑채가 큰 틀을 이루고 있는 인촌 고택에 대해 “기품 있으면서도 소박한 고택에서 인촌 선생이 ‘공선사후(公先私後)’의 삶을 실천했음을 느낄 수 있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미래전략연구소는 행사 당일 오전까지 서울에 적지 않은 양의 비가 내려 오래 준비한 초청 행사를 다른 곳에서 할 지를 놓고 고심했으나, 다행히 행사 시작 2시간 전부터 날씨가 개었다.
덕분에 비가 내린 뒤의 청량함과 고택 내 가득한 풀 냄새가 전해져 행사의 운치가 더했다.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인촌 고택에서의 만찬 행사에 대해 초청자들은 깊은 감동을 받은 듯 했다.
한 참석자는 “동아일보의 기운과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고, 또 다른 참석자는 “다른 언론사에는 없는 동아만의 자산이자 레전드(전설)”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인촌 고택 행사는 동아미디어그룹의 소중한 자산을 재발견해보자는 취지에서도 마련됐다.
회사는 인촌 고택을 비롯해 광화문의 랜드마크인 동아미디어센터, 일민미술관 등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관점과 생각을 바꾸면 동아 가족 주변에는 우리의 손길을 기다라는 소중한 자산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