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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자존심 지키자”
묘소 위토 경매 소식에 2만명 한뜻으로 성금

《“충무공의 묘소와 사당의 유지비와 춘추제향비 등을 순전히 이 토지에서 어더 써왓섯는데…그 토지를 일천이백원에 빗을 어덧든 바 지금은 리자까지 이천사백원이 되어 동일은행에 드러가 잇다. 얼마전 동은행에서 돌연히 최후통지를 하게 되어 오는 오월 말까지 갑지 안흐면 단연히 경매 처분을 하겟다고 햇다.”

―동아일보 1931년 5월 13일자》



 1931년 5월 쇠락한 현충사 전경. 동아일보 자료 사진

 
 
왜군을 상대로 전승의 신화를 이뤘던 충무공 이순신은 국권 침탈기 조선인들의 자존심을 지켜준 최고의 역사 인물이었다. 을사늑약에 따라 한국이 일본의 ‘피보호국’으로 전락한 3년 뒤인 1908년 단재 신채호는 대한매일신보에 ‘리순신젼’을 연재해 민족의 각성을 촉구했다. 그러나 한일강제병합 이후 전국 각지의 충무공 기념 유적들은 무관심 속에 방치되기 시작했다. 뜻있는 지역 유지들은 유적들을 유지 보수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1921년 9월 26일 동아일보는 경남 남해군 남해면에 사는 정민주 박진평 씨의 미거(美擧) 소식을 실었다. “충무공 이순신의 사당이 남해군 노량진에 재하든 바 영구황폐에 지(至)함을 개탄하는 열정하에 각자 천여원의 금액을 연출(捐出)하야 금번 차(此)의 중수공사에 착수하얏는 바….” 두 사람의 노력은 결실을 이뤄 이듬해 사당의 문과 비각을 중수 복구했다. 1924년에는 통영의 ‘충렬사 영구보존회’가 총회를 개최했다. ‘본회의 재산을 완전히 하기 위하야 재단법인으로 등기’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충무공 유적 보전에 대한 전국적 관심을 촉발한 계기는 1931년 5월 13일 동아일보에 실린 충남 아산군 충무공 묘소 위토(位土·제사 비용을 대기 위한 토지)의 경매 소식이었다. 같은 달 21일 ‘이충무공과 우리’ 제목의 사설은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일주야가 다 지내지 못해 본사로 답지하는 성금으로 민족적 분위긔가 어떻게 간절함을 보엿다.…이번 기회에 충무공 리순신의 무덤과 유적과 유물을 영원히 보존하도록, 또 그의 전긔와 문집을 한문과 순조선문을 간행하야 널리 반포하도록 하는 무슨 사업을 일우어야 할 것을 믿는 바이다.”

25일에는 민족주의 계열의 인사들이 충무공 유적보존회를 창립했고 6월 26일에는 춘원 이광수가 동아일보에 소설 ‘이순신’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지역과 계층을 가리지 않는 열기 속에서 1932년 5월까지 동아일보와 충무공 유적보존회에 성금을 보낸 인원은 2만 명, 성금 총액은 1만7000원에 이르렀다. 충무공 유적보존회는 이씨 문중과 협력해 충무공 사당과 묘소를 수리했고 유지비 부족에 대비해 위토를 추가 매입했다.

오늘날 충무공을 기리는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2001년 발표돼 독서계를 뒤흔든 김훈의 장편소설 ‘칼의 노래’는 2004년 KBS 역사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으로 이어졌다. 전남 여수시는 지난달 ‘2009 문화유산 스토리텔링 페스티벌’에서 이순신 장군의 살신성인 정신과 민초를 아끼고 조선을 구한 모습을 보여줬다. 내년에는 여수의 랜드마크로 이순신광장을 조성한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5 Comment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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