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핀 서울 반포한강공원 서래섬. 꽃밭 한 가운데 선 여기자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바람에 흩어진다.
“서울의 역사와 함께 변화를 거듭해온 한강의 섬들. 이제는 시민의 곁으로 다가서고 있습니다.”
화면은 여기자에게서 점점 멀어지고(줌 아웃·Zoom Out), 시청자들에겐 묘한 여운이 남는다.
공중파 방송사의 뉴스가 아니다. 바로 6월 3일 동아 뉴스스테이션에서 방송한 출판국 여성동아팀 정혜연 기자의 리포트. 정 기자는 배를 타고 한강 섬들을 돌아보며 서울과 함께 진화를 거듭하는 한강 섬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소개했다.
스포츠동아 주영로 기자는 최근 급속히 늘어나는 스크린 골프방을 소개하며 직접 멋진 아이언 샷을 날린 뒤 스탠드 업(Stand-Up·기자가 뉴스에 직접 출연하는 것)을 해 현장감을 제대로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편집국 산업부 김정안 기자는 다양한 인증마크를 소개하며 많은 사람들이 찾는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스탠드 업을 멋지게 소화했다.
이들 리포트는 통합뉴스센터 영상뉴스팀 박제균 팀장이 뽑은 최고의 작품들이다.
동아미디어그룹의 방송 실험이 점점 열매를 맺고 있다. 5월 중순부터 시작된 영상뉴스팀의 직장내 교육훈련(OJT·on-the-job training)이 한 달 이상 진행되면서 공중파 방송 뉴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 높은 뉴스 리포트들이 생산되고 있다.
OJT에는 동아일보 편집국과 출판국은 물론 스포츠동아, 동아사이언스, 동아이지에듀 등 콘텐츠 생산 자회사가 모두 참여하고 있다. 교육 참가자는 1주일 동안 영상뉴스팀에서 상근하며 2개의 리포트를 제작한다. 취재, 촬영, 편집에 최소 이틀이 걸리는 까닭에 1주일 내내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참가자들은 이 교육을 통해 방송뉴스가 신문기사와 어떻게 다른지 실감하게 된다. 처음 아이디어를 낼 때부터 화면 구성을 염두에 둬야 하니 출발부터 다른 셈이다.
인터뷰 방식도 확연히 다르다. 신문기사라면 취재원의 얘기를 충분히 듣고 기자가 정리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방송뉴스에선 답변의 핵심을 10초 안에 모두 담아야 한다. 방송 분량에 맞춰 딱 떨어지는 인터뷰를 얻기 위해 몇 번이고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것이다.
방송기자의 순발력은 스탠드 업에서 드러난다. 현장의 지형지물을 100% 활용해 독자가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줘야 한다. 이 또한 신문기자에겐 매우 낯선 일이다.
OJT에 참여한 동아이지에듀 박은정 취재팀장은 “정적인 사고방식을 동적으로 바꿔야 해 어렵기도 했지만 매우 흥미진진하다”며 “좋은 취재는 기본이고, 좋은 화면이 있어야 좋은 기사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영상뉴스팀의 PD와 촬영기자 등이 수시로 조언하고 지원하기 때문에 1주일 안에 리포트를 제작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단기간에 도저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영상뉴스팀 배태호 PD는 “대부분의 기자들이 오디오 톤은 좋은데, 전달력이 떨어진다”며 “평소 발성, 발음 연습을 꾸준히 하는 방법 말고는 달리 도와줄 길이 없다”고 했다.
OJT는 동아의 방송 의지와 역량을 홍보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많은 기자가 취재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동아뉴스스테이션의 존재를 알리면서 ‘입소문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박제균 영상뉴스팀장은 “기자와의 대담 중심이었던 뉴스스테이션에 다양한 리포트가 들어가면서 명실상부한 뉴스 프로그램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시청자들에게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어 OJT 이후 뉴스스테이션 트래픽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OJT가 정착되면 리포트 건수보다는 완성도를 높이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일 생각”이라며 “좀 더 무게 있는 리포트를 제작할 수 있도록 중견기자들도 OJT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OJT는 많은 기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새로운 경험은 새로운 영감을 낳고, 새로운 영감은 새로운 콘텐츠를 낳는다. OJT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