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부터 한 주일간 영국 BBC 5TV에서 정오에 전달되는 ‘5뉴스’를 본 시청자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앵커를 만났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앵커는 안면 장애를 겪고 있는 자선단체 ‘체인징 페이스(Changing Faces)’의 대표 제임스 패트리지입니다. 이제까지 안면장애인이 뉴스를 진행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고 합니다.
제임스 패트리지는 18세 때 교통사고로 얼굴에 화상을 입었습니다. 그 후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아 많이 회복했지만 그의 얼굴을 사고 전으로 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그는 5년 간 50여 차례 고통스러운 수술을 받고 난 후 더 이상 수술을 받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신체적 장애를 안고 사는 이들을 돕기 위해 자선단체를 설립하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1992년 ‘체인징 페이스’를 설립합니다.
그는 “사고로 ‘예전 얼굴’을 잃자 (얼굴 뿐만 아니라) 나란 인간 전체를 재정비해야 했다”고 말합니다. 또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의 반응에 대처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모두 배운 18세에 사고를 당했지만 어린 시절 사고를 당한 경우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합니다. ‘체인징 페이스’에는 입학을 앞둔 어린이들이 도움을 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그래서 직접 TV뉴스에 출연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패트리지는 “안면장애인이 TV방송에 출연할 수 있으면 어느 곳에서나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뉴스 진행에 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물론 TV뉴스에, 그것도 점심시간에 보도되는 뉴스에 안면장애인을 앵커로 내세우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BBC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외모에 대한 편견을 깨는데 동참하기로 결정했고, 16일부터 한 주 동안 패트리지를 메인 앵커로 내세웠습니다.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5뉴스 관계자는 방송이 나가자 수천통의 응원 e메일과 전화가 쏟아졌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뉴스는 세계적인 동영상사이트 유튜브에 올라가 4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론도 호의적입니다. 여론조사기관인 ‘유고브(YouGov)’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응답자 중 44%가 ‘안면장애인이 TV뉴스를 진행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64%는 ‘안면장애인이 진행한다는 이유로 채널을 돌리지는 않을 것이다’고 답했습니다. ‘불편하다’고 응답한 경우는 20%에 불과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접한 전세계 누리꾼들도 ‘이벤트가 아닌 고정 앵커로 고용하라’, ‘뉴스를 전달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감동적이었다’ 등 호의적인 댓글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멀리 영국에서 들린 소식에도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같은 시도가 나타난다면 어느때보다 따뜻한 연말이 될 것 같습니다.
출처: At long last, a newsreader who made us face reality (Guard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