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대변 東亞  100년, 자랑스런 東友  100인  (동우회보 제84호)

권오기(權五琦, 1932∼2011)

  권오기는 경북 안동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경향신문 중앙일보 세계일보를 거쳐 1959년 동아일보에 입사했다. 그는 주일특파원, 정치부 차장, 논설위원, 주미특파원, 동아방송 보도담당 부국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논설주간, 주필, 부사장을 거쳐 사장에 올랐다. 
  권오기는 정치부 차장이던 1966년 7월 20일 자택 앞에서 테러를 당한 일이 있다. 박정희 정권이 사주한 의혹이 짙었지만 경찰은 수사를 하는 척만 했다. 그가 사장에 취임한 1993년 4월 1일은 동아일보가 오랜 석간 시절을 마감하고 조간으로 전환한 날로 의미가 크다.
  언론인 권오기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펜과 마이크에 모두 능했다는 것이다. 광복 20주년이던 1965년 동아방송은 권오기 정치부 차장을 기용해 2년 동안 ‘정계야화’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윤보선, 박순천, 이범석, 김종필 등 당대의 정치가 30여 명이 출연했는데, 대담에 능한 권오기는 일약 스타가 됐다. 그의 말은 논리 정연하고 통찰력이 있어 주필에 빗대 ‘구필(口筆)’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요즘 대세인 신방(新放)겸업 시대를 앞서간 셈이다.
  대외활동은 국제통이었다. 도쿄와 워싱턴특파원으로 국제감각을 익혔고, 미국 하버드대 니만펠로우, IPI한국위원회 사무국장과 이사, 아시아신문재단(PFA) 회장을 지냈다. 그밖에 한국신문편집인협회 회장, 서재필기념재단 이사장, 울산대 석좌교수를 지냈다. 김영삼 정부 시절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으로 입각한 것이 그의 유일한 공직이었다.

심규선 (동우회보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