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대변 東亞  100년, 자랑스런 東友  100인  (동우회보 제80호)

기자로 시작해 사장 오른 첫 언론인

김성열(金聖悅, 1922∼2002)

  김성열은 전남 순천 출신으로 개성 송도고등학교를 거쳐 1946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수료하고 1948년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졸업하던 그해 동아일보에 입사해 1985년 사장, 1989년 고문으로 일한 뒤 1991년 퇴임했다. 43년 동안 동아일보 경력 말고는 다른 일을 한 적이 없어 “이력서가 ‘동아일보 입사, 동아일보 퇴직’이라는 한 줄밖에 없는 동아맨”이라는 말을 듣는다.

  김성열은 해방 후 대학졸업자가 사장에 오른 첫 사례다. 오로지 한 신문사에서, 신문사의 사주 등과 혈연관계 없이, 다른 직종에서 오거나 다른 직종을 경험하지도 않고, 사원에서 사장에 오른 첫 언론인이다.

  그는 취재1부 차장, 정경부장, 경제부장, 편집국 부국장, 편집국장 대리, 런던특파원, 방송국장, 총무국장, 판매국 고문, 이사, 상무, 전무, 부사장 등을 거쳤다. 이 이력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신문사 내 모든 계단을 빼놓지 않고 밟았으며, 편집, 방송, 광고, 판매, 총무 등 신문사 내 모든 영역을 경험한 유일한 사장이라는 말도 듣는다.

  그렇다고 그가 승승장구만 한 것은 아니다. 정경부장과 편집국장 대리 등으로 근무하던 1960년부터 1969년까지는 박정희 정권의 언론탄압에 맞서 늘 긴장해야 했다. 특히 편집국장 대리로 일하던 1967년 제6대 대선 때는 박정희 후보 유세에 참석한 청중 수를 적게 썼다고 중앙정보부로 연행되기도 했다. 편집국장 영순위였던 김성열은 결국 1969년 2월부터 1973년 12월까지 5년 가까이 런던특파원으로 유배 아닌 유배를 가야 했다.

  고문으로 있던 1989년에는 우리 사회의 좌경화 바람을 막기 위해 ‘자유지성 300인회’를 만들고 대표로 10년, 고문으로 3년간 일하다 별세했다.

          – 글 · 심규선 (동우회보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