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사는 11월 9일 안국정 전 SBS 부회장의 영입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안 전 부회장은 김재호 동아일보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방송설립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종편 사업권 획득까지의 모든 준비 과정을 담당하게 된다.
‘방송계의 대부’ ‘방송가의 미다스 손’으로 불리며 탁월한 역량을 보여준 안 위원장의 영입은 다른 종편채널 준비 사업자들은 물론 방송가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왔다. “탁월한 감식안을 가진 위원장이 동아일보 종편 사업 프로젝트를 선택했다” “동아일보가 종편 진출에 천군만마를 얻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안 위원장은 영입 직후부터 특유의 강행군으로 동아미디어그룹의 방송 준비 상황을 점검하면서 “언제든 방송할 수 있도록 하자”며 동아의 방송 준비 요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최고와 최고와의 만남
안 위원장은 KBS, SBS에서 40년 가까이 프로그램 기획, 제작, 편성, 경영 등 종편 채널의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모든 분야를 섭렵한 최고의 프로페셔널 방송인 중 한 명이다. 올해 9월에는 ‘지난 38년 간 공익을 실현하는 방송 프로그램 기획 및 제작, SBS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에 기여’한 공적을 인정받아 한국방송협회로부터 제36회 한국방송대상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때문에 복수의 종편채널 준비 사업자들이 안 위원장의 영입에 총력을 기울였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안 위원장의 행보에 방송가와 정부의 관심이 쏠려 있던 게 사실.
결국 안 위원장이 동아일보에 합류한 것은, 동아미디어그룹이 그동안 가장 충실하게 방송사업을 준비해왔고 가장 적절하며 유력한 종편 사업자 후보라는 사실이 한국 최고 방송 전문가의 눈으로 입증됐음을 의미한다.
현역 간부급 방송인 A씨는 최근 기자와 만나 “동아일보도 영입에 공을 들였겠지만, 결국 동아일보의 준비가 가장 탄탄하다고 판단해 안 위원장이 합류를 결정한 것 아니겠느냐”며 “현역 방송인들도 이번 계기로 동아일보의 준비 상황을 다시 보게 됐다”고 전했다.
●“동아일보의 DNA를 새 방송에 계승해야”
동아일보는 안 위원장 영입을 발표하면서 “새 방송 탄생에 대한 의지와 철학이 본사와 잘 맞는다고 판단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합류하자마자 동아일보의 DNA를 강조하며 이 같은 판단이 100% 옳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안 위원장은 동아미디어그룹의 방송 준비 상황을 특유의 강행군으로 소화하고 현장을 직접 방문하면서 “전문가 입장에서 일부 보완할 것도 있지만 준비 상황이 대체로 상당히 훌륭하다”며 “새 방송에는 동아일보의 저널리즘적 가치를 발전적으로 계승해야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전히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동아방송의 콘텐츠 중 일부를 21세기 뉴미디어 시대에 맞게 재구성해 “동아일보가 방송을 하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라는 점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구상도 깔려 있다.
이에 방송 준비 요원들도 더욱 자신감이 붙고 있다. 방송사업본부 한 관계자는 “안 위원장이 사업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사업권 획득에 강한 확신을 보이고 있다”며 “방송 준비 요원들도 마무리 작업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고 전했다.
●“즉시 개국 가능 체제로 준비”
안 위원장은 기회가 될 때마다 “사업권 획득과 동시에 실제 방송 사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업계획서 작성을 마무리 중인 방송사업본부 한 관계자는 “안 위원장이 사업계획서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즉시 방송 체제’”라며 “당장 방송을 송출해도 지장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준비해야 새 방송을 기다려 온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전했다.
안 위원장의 강행군에 방송사업본부도 다시 신발 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정부의 종편채널사업자 선정 작업 직전까지 결코 방심해서는 안된다”는 각오 아래 준비 요원들의 눈빛과 목소리가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안 위원장의 영입 후 동아의 방송 준비가 더욱 안정화되고 있다는 시장의 판단이 작용했는지, 이미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컨소시엄에 국내 유수 기업들의 추가 합류 의사가 잇따르고 있다. 해외 파트너들과의 제휴도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글로벌 미디어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윤곽도 대부분 잡혀가고 있다.
●안국정은 어떤 방송인
안국정 동아일보사 방송설립추진위 공동위원장은 1970년 KBS PD로 방송계에 입문한 뒤 방송의 전 영역을 두루 거친 몇 안 되는 현역 방송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안 위원장은 1세대 ‘스타 PD’이기도 하다. 그의 존재를 세간에 알린 사건은 1983년 ‘이산가족 특별생방송’. 당시 KBS 기획제작부장으로 입사 13년 만에 국가 기간방송의 굵직한 기획물을 실무 총괄했던 안 위원장은 전무후무한 마라톤 생방송을 이어가며 1만189명의 상봉을 이끌어냈다.
이후 KBS 교양제작국장, TV 본부장, 편성운영본부장 등 핵심 요직을 지내며 ‘추적 60분’ ‘열린음악회’ ‘일요스페셜’ ‘목욕탕집 남자들’ 등 아직까지 방송되거나 인구에 회자되는 KBS의 간판 다큐, 쇼, 드라마를 직접 만들거나 기획했다.
이후 SBS로 자리를 옮겨 제작본부장, 편성본부장을 지냈고 사장에 취임한 뒤로는 SBS의 공영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방송가에서 젊은 방송인 이상의 감각과 시청자의 욕구를 정확히 꿰뚫어내는 감식안의 소유자로 유명하다. KBS의 한 간부급 PD는 “프로그램 기획안을 보고하면 그 프로그램이 갖는 방송적 가치와 파장, 재미 여부 등을 순식간에 파악하고 지시사항을 하달해 후배들을 아연실색케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안 위원장은 한 번 목표가 결정되면 구성원들과 함께 무섭게 돌진하는 추진력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방송설립추진위 한 관계자는 “안 위원장의 합류 이후 일이 늘었지만 방송 사업 준비도 그 만큼 빨리 마무리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