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모인 방송 베테랑들은 한국 방송 언론의 기준점이었던 동아방송의 화려한 성과를 추억하며 동아방송의 DNA를 계승한 동아의 새 방송이 탄생할 것을 기원했다.
●“동아방송이 한국 방송의 토대를 만들었다”
PD, 아나운서, 기술 분야에서 활약한 ‘동아방송을 생각하는 모임’ 회원 20여명은 11월28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동아일보 후배들과 만나 ‘제2의 동아방송’을 만들어달라고 당부하며 방송 준비 상황에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일민 김상만 전 회장을 모시고 동아방송 개국을 실무 지휘했던 최창봉 전 MBC 사장(84·전 동아방송 국장)은 다소 불편한 몸을 이끌면서까지 참석해 후배들이 만들어갈 새 방송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최 전 사장은 “동아방송은 방송 저널리즘의 전형과 다양한 프로그램 포맷을 개척하는 등 한국 방송의 토대를 만들었다”며 “하루 빨리 동아일보사가 준비하는 새 방송이 탄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방송의 기준점이었던 동아방송의 전통을 계승해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영광스러운 방송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동아방송만의 가치를 충분히 인식할 것을 강조했다. 특히 편집국, 출판국은 물론 동아미디어그룹 내 자회사 등과 유기적 콘텐츠 제작 체계를 구축해 차별화를 꾀할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몇몇 선배들은 현 방송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필요하다면 새 방송 개국 과정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동아방송의 간판 토크쇼인 ‘유쾌한 응접실’을 진행한 전영우 수원대 초빙교수(전 동아방송 아나운서실장)는 한국화법학회 회장을 지낸 방송 스피치학의 대가답게 방송의 언어 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 교수는 “일부 방송 출연자들이 언어의 장단(長短)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기초 훈련이 안되어 있다”며 “동아의 새 방송은 제대로 된 언어 훈련으로 방송계를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모임 후 동아미디어센터 내 방송 스튜디오를 찾았다. 동아방송의 ‘3시의 다이얼’ ‘톱튠쇼’ 등을 진행했던 한국 방송 최초의 DJ 최동욱 라디오서울코리아 대표는 신광영, 구가인 후배 앵커들에게 최적의 발성을 위한 호흡법 등을 설명하며 직접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폐방 30주년이 내년엔 동아방송 되찾아야”
동아방송 기자 출신 방송인 모임인 ‘동송회’(東送會) 회원들은 폐방 29주년 당일인 11월30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음식점에서 후배들과 만났다.
폐방 직전 보도국장을 지낸 윤양중 동아일보사 비상임감사는 “동아방송은 ‘소리나는 동아일보’를 표방한 만큼 무엇보다 동아일보의 저널리즘적 가치를 고스란히 이어받은 방송 언론”이라며 “ 폐방 30년을 맞는 내년에는 동아방송을 되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일 불교방송 사장 직무대행은 “동아일보가 동아방송의 정신으로 무장해 TV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로 반드시 다시 전파를 발사할 수 있도록 다 같이 힘을 합치자”고 응원했다.
이들은 60,70년대 당시 타 방송을 압도한 동아방송의 보도 역량과 역사를 추억하며 동아방송 부활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동아방송 정경부장을 지낸 최종철 전 SBS 전무는 “동아방송은 ‘DBS 뉴스 쇼’를 통해 현대 방송 뉴스 프로그램의 포맷을 창시했다”며 “각종 시사 프로그램에 현직 동아일보 편집국 부장들이 직접 참여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선보였다”고 회고했다.
이궁 SBS 논설위원실 국장, 백환기 전 동아일보사 출판국 편집위원 등은 “지금 생각해봐도 동아방송은 참 매력인 매체였다. 나중에도 이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