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전부를 쏟아부을 수 있었고, 동아일보에 대한 애정이 더욱 생긴 시간이었다.”
“이번 5일 동안 나는 인생에서 제일 진지했다고 자부한다. 후회는 없다.”
“이러다 죽을 것 같은 5일이었다.”
2009년 하반기 수습기자 공채 합숙평가를 마친 10월 10일. 지원자들이 남긴 소감들이다. 이들은 19, 20일 최종 면접을 치렀다.
동아일보 수습기자 선발은 7월 23일 사회부 사건팀을 모델로 내세운 ‘알립니다’로 시작됐다. 최종 합격자들이 이달 말 입사할 예정이니 장장 100일의 대장정인 셈이다.
수습기자 지원자들은 서류전형-필기시험-1차 면접-실무평가-최종 면접 등 5번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신문 취재, 출판 취재에 모두 1000여 명이 지원했다. 자기소개서 등 서류전형을 통과한 지원자는 모두 571명. 8월 24일 서울 종로구 계동 중앙중학교에서 열린 필기시험(논술, 작문)에는 542명이 응시해 95%라는 사상 최고 응시율을 나타냈다. 실무진들은 준비한 고사장이 부족해 부랴부랴 책상과 의자를 나르면서도 전혀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정부의 중도실용 정책은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논술), ‘엄마’(작문)라는 쉽지 않은 주제의 필기시험을 통과한 지원자는 95명. 이 숫자는 1차 면접이 끝나자 다시 33명으로 크게 줄었다.
다음 단계는 5일 간의 실무평가. 동아일보 수습기자 실무평가는 기간도 길고, 강도도 세 ‘지옥의 레이스’라 불린다. 그 사이 2명이 포기해 31명의 지원자들이(신문 25명, 출판 시사지 3명, 출판 생활지 3명) 진검승부를 시작했다.
신문 취재 지원자들은 르포, 인터뷰, 취재력, 스토리보드, 3분 스피치, 토론, 기사판단능력, 영어면접 등 8개 과목, 출판 취재 쪽은 기획안 구상, 상급 주제, 중급 주제, 스토리보드, 토론, 프레젠테이션, 영어면접 등 7개 과목을 치렀다.
지원자들은 실무평가 기간 내내 강의와 취재, 기사작성으로 파김치가 됐지만 매일 인성평가 위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다. 일부는 ‘준비된 답변’으로 일관하려 했지만 평가위원들의 날카로운 눈과 술 앞에 장사는 없었다. 평가위원들은 최고의 인재를 가려내려 기관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지고, 때로는 ‘스마트 폭탄’까지 투하했다.
매일 밤 지니 프로젝트 룸의 수습기자 평가방은 평가위원들의 덧글이 쌓였다. ‘논리적이다’, ‘안정감을 준다’는 코멘트가 있는가 하면 ‘오늘도 지각’, ‘착하기만 함’ 등 신랄할 평까지….
실무평가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9일 밤. 지원자들은 후련함과 아쉬움, 탈진, 마음의 내상(內傷)을 폭탄주로 달랬다. 전형과정 내내 한없이 강한 모습이었던 한 남성 지원자가 눈물을 보였다. 눈물은 전염성이 강했다. 한 지원자는 울면서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줬다. 붙든 떨어지든 깨끗이 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동녘이 밝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