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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기자가 전하는 네덜란드 라이덴시

Posted by 재기 On 10월 - 9 - 2009

20090210413600003  2005년 가을과 겨울, 대학생이던 나는 네덜란드 라이덴 시의 라이덴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냈다. 이 시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 요즘도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 때면 그 곳이 생각난다. 혼자 외국에서 사는 게 처음이라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좋은 추억만 남는다. 


  큰 트렁크와 배낭을 메고 라이덴 기차역에 내렸을 때가 기억난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운하, 그 옆의 풀밭에 누워 책 보는 사람들, 잘 보전된 옛 건물들을 보며 ‘인간이 사는 곳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구나!’ 감탄했었다.


  라이덴은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더 요긴한 도시다. 운하를 따라 꼬불꼬불 길이 나있기 때문에 자전거가 없으면 오히려 생활이 불편하지만 자전거가 있으면 30~40분에 도시 전체를 돌아볼 수 있다. 나도 도착하자마자 중고 자전거를 샀다. 자전거 도둑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 낡은 자전거를 샀건만, 다음날 바로 도둑맞았다.


  네덜란드에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기숙사 내 자전거 주차장에서 서러움에 눈물샘이 차오르던 무렵, 주차장 구석에 검은 머리 아저씨를 발견했다. 동양인이라는 반가움에 하소연하려고 다가갔다. 그는 이 대학으로 연수를 온 한국인 고등학교 교사였다. 어찌나 반갑던지, “저도 한국인이에요!” 소리쳤다. 그 후 나는 아무도 훔쳐가지 않을 것 같은 삐걱거리는 고물 자전거를 샀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자전거 타기의 달인이다. 자전거 앞바퀴를 뺀 자리에 유모차를 넣고, 핸들에 장바구니를 달고, 한 손에 강아지 줄을 잡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은 네덜란드의 전형적인 어머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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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비교정치학을 가르치던 젊은 남자 교수님은 아침마다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자전거를 탄 채 학교로 왔다. ‘진짜 멋있군’하며 감탄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친구로부터 그가 동성애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네덜란드에선 ‘남자 네 명 중 한 명은 게이이고, 잘생긴 남자는 대부분 게이’라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이곳의 주식은 ‘감자’. 길거리에선 한국의 떡볶이처럼 감자튀김을 판다. 토마토 케첩이 아니라 마요네즈에 찍어먹는다. 라이덴에서는 매주 수, 토요일 운하를 따라 장터가 열렸다. 푸짐한 감자튀김 한 봉지가 겨우 1유로. 돈 아끼려고 감자튀김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콜라도 안 사먹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같은 기숙사에 머물던 한국인 친구들과 나는 한 병에 몇 십 센트도 안 하는 하이네켄을 사갖고 와서 밤마다 ‘맥주가 물보다 싸다’고 기뻐하며 마셨다. 그때 친구들은 이제 여의도에서, 광화문에서 일하고 있다. 그 시절 주말에 놀러갈 곳과 저녁 메뉴를 정하는 게 주 걱정거리였던 우리는 이제 만나면 직장 내 생존전략을 토론한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취업 준비를 했고, 취직한 뒤 벌써 4년이 흘렀다. 해질 무렵, 자전거를 타고 운하를 따라 교실에서 기숙사로 돌아올 때의 풍경들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말이다. 내년 가을에는 반드시 네덜란드 여행을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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