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는 폭우와 무더위가 엇갈리고 있는 올 여름, 실제보다 둥글둥글하고 넉넉한 사람들의 그림을 보며 ‘느림의 미학’을 느껴보는 것을 어떨까. 동아일보 등이 주최하고 있는 ‘페르난도 보테로 전’은 분초를 다투며 앞서만 가는 디지털 세상 한 복판에서 제 호흡과 걸음대로 살고 있는 듯한 아날로그형 인간들의 정서를 한 가득 느낄 수 있는 드문 전시. 6월30일(화)부터 9월17일(목)까지 서울 중구 정동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의 이모저모를 소개한다.
1. 페르난도 보테로(1932~ )는 누구?
콜롬비아 출신인 보테로는 풍만한 양감을 통해 인체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감성을 환기시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추구하고 있는 살아있는 거장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어느 유파에도 속하지 않는 그만의 독특한 창작은 비정상적인 형태감과 화려한 색채로 인간의 천태만상을 생동감 있게 그리고 있다. 보테로는 “대상을 최대한 증폭시켜 입체감과 색채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더욱이 그의 작품에는 중남미 지역의 정치 사회 종교에 대한 작가 나름의 비판과 의견이 반영되어 있어 다분히 사실주의적인 경향을 띄기도 한다. 전시구성은 총 5부로, 1부 정물&고전의 해석, 2부 라틴의 삶, 3부 라틴사람들, 4부 투우&서커스, 5부 야외조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2. 그곳에 가면 어떤 작품이 전시되어 있을까? – 전시구성
▼1부 정물&고전의 해석 (Still Life & Verisions)
보테로는 1954년 정물을 통해 비로소 양감을 강조하는 기법을 터득하게 된다. 이후 그는 사물의 질감, 형태, 화면의 구성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게 되고, 이를 양감을 강조하는 기법에 덧붙여 정물화의 의미를 충분히 되살리면서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기법을 체득하게 된다.
보테로는 1950년대부터 이전 거장들에 대해 연구하고 자신만의 문법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다빈치, 라파엘 등의 르네상스 거장에서부터 고야, 루벤스, 벨라스케즈, 뒤샹, 피카소에 이르기까지 많은 거장들의 작품이 보테로 특유의 양감과 붓터치로 재구성됐다. 어렵게 느껴질 법한 거장들의 작품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재탄생시키면서 보테로는 관객에게 회화의 역사에 대해 일깨워주기도 한다.
▼2부 라틴의 삶
보테로는 자신의 문화적 뿌리인 라틴아메리카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면서 그가 살아온 라틴 문화의 문학, 종교, 역사, 신화, 언어 등의 요소를 작품에 담아 관객에게 소개하고 있다. ‘라틴의 삶’을 통해 나타나는 라틴문화 근원에 대한 보테로의 관점은 그 곳 사람들의 보편적 삶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3부 라틴 사람들
보테로는 작품을 통해 화가로서 직접 보고, 겪고, 알고 있는 것을 담아내 전달하려 하고 있다. 그의 작품이 라틴의 문화, 정치, 사회, 경제 모습을 나타내는 ‘기록적인’ 경향을 지니고 있음에도, 따뜻한 서정성과 부드러운 은유의 기법을 사용해 관객들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가고 있다.
▼4부 투우 & 서커스
한때 투우학교에 다녔던 보테로에게 투우는 작품에 영감을 불어넣는 중요한 원천 중 하나다. 죽음의 긴장감과 관객의 열정은 그의 작품 속에서 화려한 시작과 비극적 결과로 그려진다. 삶과 죽음을 마주하고 있는 소와 투우사들의 극적이고 긴장되는 관계는 투우 작품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된다.
▼5부 야외조각
보테로의 조각은 회화와 마찬가지로 양감을 강조하고 있다. 양감이 강조된 거대한 조각은 위대한 무언가를 창조하려는 보테로의 욕구이면서 공간의 질서를 바꿔보려는 보테로 작품 세계의 특성이 반영되고 있다. 그의 조각 작품은 덕수궁 야외에 설치되어 있다.
미술에 완전 문외한인 저도 편하게 감상할 수 있을 정도로 꽤 괜찮은 전시회입니다.
가족과 연인과 친구와 함께 들러보심이 어떨런지요~
강추입니다.
^^;
Comment by 이종원 — 2009/07/22 @ 6:06 오후